Color

일몰 - 장화리

삼스카라 2008. 12. 13. 20:53



물속으로 스러지기 전

나를 위문하러 온

살아있는 만물들을 바라보며

잠시 걸음을 멈추어

나처럼 이렇게 곧 스러지리니

너희가 모르는 일에 더 이상 관여치 마라

하는 무언를 던져본다

:

내려다 보이는 검은 바다에

나의 반영을 남기는데

짖굳게 제 몸 흔들며 농을 걸어오는 가스층의 모습이

내 그림자 물속에 섞여 구별이 없으니

조화와 화해를 말하지 않아도

스스로가 몸을 섞기에 바쁘다

:

오늘

나는 흔들리는 가스층처럼 목적이 없었는데

나의 생을 다 할 즈음에

노을의 적자색 위엄위에 눈을 부릅뜨며

부질없다는 생각을 접는다

:

그리고 밤으로 연결되는 통로에서

이마에 하나 둘 그어지는

잿빛 선분들을 맞이하며

내 몫의 비극까지도 승화시킨다

:

이제 길고 긴 구불구불한 길을

뒤로하며

새로운 세상을

향해

두 팔 벌리며 나타나리니

그를 기억하며

새롭게 시작되는 파아란 날을 기다리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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